본문 바로가기
저장소/독서감상

남궁인 - 만약은 없다

by Lunethan 2017. 8. 13.


응급의학과 의사가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겪은 내용들을 적은 책이다. 

응급실에서의 내용이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내용이니 만큼 무척이나 색다르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였다.

작중에서 필자는 처음 죽음을 맞이했던 때와 다르게 시간이 갈 수록 점점 감정이 무딘 칼처럼 둔탁해져 간다고 표현했다. 의사가 아닌 일반인으로 죽음이란 것은 일생에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데, 의사들은 매일 같이 마주한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고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예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 신문의 사고기사 등을 읽었을때, 몇 명 죽었구나 하고 넘어가지, 자세한 사고 장면이나 사망 원인 등을 떠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죽는 광경을 목격해본 사람이라면 사람의 죽음이란 글 한줄로 표현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바닥의 피와 흘러내리는 장기, 주변의 우왕좌왕 하는 사람들, 죽음이라는 실체를 마주한 순간 더 이상 죽음은 비현실적인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다.

또한 이런 상황을 목격한 사람은 그 전과 죽음에 대한 관념 또한 바뀌기 마련이다.

이러한 죽음을 매일 같이 겪어온 의사들은 정말 괜찮을지 궁금하다. 

수없이 죽음을 목격한 군인들은 전쟁 후 PTSD로 고통받으며 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어떨까? 물론 사람을 죽이고 전우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죽음을 눈 앞에 두며 살아가기에 그들의 정신은 건강할까?

흔히들 하는 말로 의사랑 결혼하는 여자가 가장 복받은 거라고 한다. 왜냐하면 의사는 돈을 많이 벌어오는데 반해 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여자가 다 쓰고다닌다고.

어떻게 보면 일용직보다도 더 심한 강도의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을 하는 의사들에게 기득권이라고, 금수저들이라고 욕할게 아니라 그런 힘들일이라도 굳이 선택해서 사람들을 살려줌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작중에 인기 전공(피부과,안과 등)의 레지던트 수는 32명인데 반해 흉부외과의 레지던트 수는 몇년 째 한명도 없다고 한다. 이유는 육체적으로 힘든데 비해 타 과에 돈도 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때문에 우리는 수년 뒤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해서 응급실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더욱 많이 나올 것 같다. (이미 작중에서도 언급했지만)

의예과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명분만을 들이밀어 흉부외과를 선택하게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연간 의료 시스템 미비로 인해 죽어가는 만 명의 환자수를 줄이기 위해 이제라도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까 싶다. 광우병같이 비논리적인 곳에 열정을 낭비하지 말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