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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네의 일상/일상얘기

Alea Iacta Est

by Lunethan 2017. 10. 21.

오늘 포스코 최종 면접을 보고왔다. 어제 비행기가 3시간이나 연착되는 바람에 호텔에 새벽 1시에 도착해서 몸이 너무 피곤해 걱정이었다. 사실 연착이 되든 안되는 어차피 하는것은 똑같으니까 상관 없었으려나?


아침 8시반에 일어나 조식을 먹으려 하는데 어제 밤에 먹은 햄버거 때문에 아직도 배가 불러서 오렌지 주스 한잔만 마시고 다시 들어왔다. 먹자마자 잠들어서 그런지 속도 더부룩 하고 컨디션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샤워를 하고 깔끔히 면도를 하고 정장을 입었다. 군 복무 2년간 내내 입었던 정장이라 그런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아보인다. 머리를 깔끔하게 올리려고 하는데 롤빗도 없고 스프레이도 없고 왁스밖에 없어서 드라이기의 힘을 빌려서 겨우겨우 2:8 가르마를 만들었다. 솔직히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가서 다시 한번 회사의 비전, 핵심가치와 반기보고서를 읽어보다가 체크아웃 시간이 되어서 로비로 나왔다. 면접은 13시, 아직 1시간 남았다. 1차 면접 때는 멋도 모르고 일찍 가는 바람에 면접관분들과 어색한 점심을 같이 먹었지만 또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는 없기에 호텔에서 기다렸다 가기로 했다. 


노트북을 꺼내 다시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던 중 저기 로비에 다른 면접자로 보이는 사람이 체크아웃을 하고 이쪽으로 오고있다. 호텔에 캐리어를 맡기고 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분한테 캐리어 맡길 수 있는거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감사인사를 건내고 내 캐리어도 맡기고 왔다. 


혹시 포스코 면접 보러 오신거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계속 대회를 해보니 나랑 아예 다른 마케팅쪽 직무로 지원하셨다고 한다. 마음 한켠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하게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 보니 벌써 12시 반, 출발할 시간이다. 서로의 무운을 빌어주고 나는 포스코 건물로 출발했다. 


3주만에 다시 밟은 포스코 아메리카 건물이였다. 가는 길은 지난번과 다름없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호수 옆 산책길, 다른 점이라면 약간 선선해진 정도였다. 두 번째 방문이기에 조금은 덜 설레는 마음으로, 하지만 한 층 더 긴장된 마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레베이터에 타 2층을 누르고 포스코 아메리카 사무실로 들어갔더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안보였다. 자연스럽게 저번에 대기했던 면접자 대기실로 들어가서 앉았다. 앞에 여러 다과와 커피가 있길래 스타벅스 커피를 한잔 따르는 중 누군가가 들어왔다. 저번 면접 때 내 앞 순서였던 여성 지원자 분이였다. 


이런 낯선 곳에서 비록 한 번이지만 낯익은 얼굴을 보아서 반가웠다. 그 분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다른 면접자 분들이 한분한분 오셔서 총 6명이 됐다. 저번에 나는 13시에 혼자였는데.. 생각보다 붙은 사람이 많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다 오자 채용 담당 대리님이 오셔서 설명을 해주셨다. 


먼저 역사 에세이를 쓰고 면접을 본다고 한다. 면접은 3:1 면접이 될지, 아니면 팀으로 들어가게 될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임원분들 마음이라서 원래 이메일에는 3:1 면접이라고 써있지만 시간 효율상 여러명씩 들어가는걸로 결정하시면 그렇게 된다고 한다. 역시 계급이 중요하다.


역사 에세이를 쓰기 전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는데 나만 에세이가 걱정된게 아니였던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학부를 한국에서 나오고 석사 과정을 하시고 계신 분들이라서 내가 한국사를 가장 모를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잠시 후 역사 에세이를 썼다. 주제는 아직 면접이 진행 중이고 외부 반출이 금지된다고 써있기에 여기에 적지 않겠다. 그래도 대리님 말씀대로 세부적인 주제보다는 무언가라도 적을 수 있게 폭 넓은 내용으로 나와서 다행이었다. 


무사히(?) 역사 에세이를 다 쓰고 면접을 들어가는데, 내가 두 번째 순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다행이었던 것 같다. 첫 번째 분이 들어가셔서 약 20분정도 있다가 나오셨다. 압박 면접이나 이런건 없었고 생각보다 편안했다고 하신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분은 나와는 전혀 다른 직무로 지원하셔서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였다.


내가 그 다음 순서였기 때문에 대리님의 안내를 받아서 들어갔다. 확실히 첫 번째 면접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였다. 임원 세분이 앉아 계시는데 그 위압감은 말로 할수 없을 정도였다. 인사를 하고 착석했더니, 가볍게 점심은 먹었냐고 물어보신다. 떨리는 마음으로 떨리지 않는 척 대답을 하고 면접이 시작됐다.


마음속으로 2시간도 같던 20분이 지나고 어느새 면접이 끝나서 마지막 하고싶은 말이 없냐고 물어보셨다. 준비해온 말로 면접을 마치고 인사를 드리고 면접장을 나왔다. 면접에서 질문받았던 내용이 머리에서 맴돈다. 아직도 몸은 진정되지 않고, 끝났다는 실감조차 나지 않는다. 다시 면접자 대기실로 돌아왔다.


사실 바로 떠나도 되지만,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면접자들과 조금 얘기를 하다가 왔다. 정확한 면접 내용은 말하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어떤지, 어떤식으로 진행되는지 알려줘서 조금이라도 덜 긴장되게 도와드렸다. 사실 나와 같은 직무의 경쟁자였다면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다들 다른 직무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얘기를 하다가 대리님의 배웅을 받고 건물을 나섰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길, 벌써 세번이나 지나왔던 호수 옆 산책길을 다시 걸어간다. 아 최종면접이 끝났구나.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면접장에서 받았던 질문들과 답변들을 머리속에서 되새기며 택시를 타기위해 다시 호텔로 걸어갔다.


Alea Iacta Est.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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