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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유학생

미국 공대 유학생 국내기업 취업 후기

by Lunethan 2017. 12. 11.

유학생으로서 한국에서의 취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그리움이였다.


아무리 미국 친구들과 어울려도 같은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데서 나오는 그 이질감은, 한국 문화에 너무 찌들어버린 나로서는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항상 돌아다니던 서울 거리가 그리웠고, 정말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이 그리웠고, 무엇보다 한국 사람이 그리웠다.


물론 미국에서의 취업이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간다거나, 미국 유학이 아까워서 대학원 진학을 했어야 한다는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 현지 취업은 여전히 영주권과 시민권이 없는 유학생들에게는 어렵고 대학원 진학은 학문에 재능이 없는 나와는 전혀 다른 길이였다. 특히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된 이후에는, 교내 커리어 페어에서도 유학생들에게 H-1B비자를 스폰서 해주는 회사의 수가 줄어 결국에는 가히 1%도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 두 회사의 줄이 다른 회사들 줄보다 몇배는 길었다.) 


아무튼 3학년을 마치고 한국 기업으로의 취업을 위해 정보를 찾아 돌아다녔다. 공대생은 취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한국 학생들은 보니까 토익, 토익 스피킹, 기사 자격증을 주로 준비하는 것 같았다. 기사 자격증은 보통 4학년 때 보는데, 미국에 있는 나로서는 필기와 실기시험 둘다 보러 학기중에 두번이나 한국에 갈 수는 없었다. 비행기 값도 만만치 않고. 일단 이거는 보류. 다행히도 토익은 4학년 복학하기 전에 동생과 같이 시험삼아 보기로 해서 받아둔 성적이 있었다. 유학생으로서 만점을 못받은게 부끄럽지만 970점은 한국에 다른 공대생들과 비교했을때 결코 낮은 점수는 아니였다. 토익 스피킹은 아예 관심이 없었어서 성적이 없다.


한국에서 취업을 할때 보통 상반기, 하반기 공채에 서류를 넣고, 통과되면 인적성 검사를 한 후 1차면접, 2차면접 등을 거쳐 입사를 하게 된다. 전역하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계절학기를 들었을 때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내 취업에 대한 강의를 해주시던 분이 있었다. 그 분이 얘기하시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점이, 유학생들이 국내 취업을 할때 가장 불리한 점이 국내 취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의 경우 대기업들이 회사에 찾아와 리쿠르팅을 하고, 인포메이션 세션을 열어 자기소개서는 어떤 점이 중요한지, 회사 복지 및 연봉수준은 어떤지 정보를 가르쳐 주는 반면 유학생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전혀 없어서 뭘 해야할지 유학생들 태반이 모른다고 한다. 


나는 인터넷으로 이것 저것 찾아보는걸 좋아해서 다행히도 국내 취업시장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또한 어릴 때 책도 어느정도 읽어서 자기소개서 작성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사실 학교 과제로 영어로 쓰는 에세이들 보다 훨씬 부담이 덜 했다.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의 경우 각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 추구하는 비전 등을 찾아서 본인이 해왔던 프로젝트 같은 직무에 관련된 경험을 잘 섞어서 그럴듯하게 쓰면 된다. 자소설이라는 말이 이해가 가는게 실제로 그렇게 큰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로 적을 때에는 '그럴듯'하게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유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국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상,하반기 공채가 아니라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특채이다. 삼성, LG전자, 포스코, 한국타이어 등 국내 대기업들의 인재채용팀은 항상 미국 대학들을 돌아다니며 설명회를 진행하고 채용을 한다. 주로 R&D, 석박사를 대상으로 진행하지만 종종 학부생들도 참여할 기회가 있으므로 반드시 참여해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이런 케이스를 통해서 정보와 기회를 얻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17년도 하반기에 세 기업에 지원을 해서 세 군데 모두 최종합격을 받게 되었다.


처음 결과를 받은 곳은 포스코다. 학기중에 아틀란타까지 두 번이나 비행기를 타고 가서 면접을 봤는데, 만약 합격하지 않았다면 많이 억울했을 것 같다. 그래도 사측에서 비행기 비용, 호텔 비용과 심지어 우버 비용까지 모두 지원을 해줘서 금전적으로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아틀란타로 가던 비행기 안, 시험이 겹쳐있을 때 갔던 면접이라 너무 힘들었다.



두 번째로 결과를 받은 곳은 LG전자다. 사실 두 군데로 쳐야하나 싶은 점이, LG전자 같은경우 R&D 부서에서 채용을 하는데 한 서류를 넣으면 여러 R&D부서에서 내 서류를 보고 합격을 시켰다. 나 같은 경우 서류를 하나 넣어서 H&A부서와 생산기술원 두 군데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두 군데 모두 전화로 1차면접을 보고, 2차면접은 스카이프로 진행했다. 고로 LG전자에서만 면접을 4번이나 본 셈이다. H&A와 생산기술원 모두 임원면접까지 합격했다.


마지막으로 결과를 받은 곳은 ASML korea다. 여기는 학교에 오지도 않았는데 미국 다른학교 한인 채용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유학생 채용을 보고 지원하게 되었다.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외국계 회사라서 그런지 특이하게도 영문 Resume와 한글 자기소개서 두 개를 모두 제출해야 됐었다. 서류 통과를 하고, 영어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유학생들은 영어 테스트가 면제되었다. 이후 1차면접 전형을 기다리는데 이상하게도 2개월 가량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이다. 뭔가 싶어서 이메일을 보내봤는데 여전히 답장이 없고, 국내 채용은 원활히 진행이 되어서 최종 합격자들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유학생들은 안뽑으려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얼마 전에 이메일로 스카이프로 화상면접을 진행한다고 안내 메일이 왔다. 


     

포스코 면접 보러 갔을때 묵은 호텔 안, 비즈니스맨이 된 느낌이였다.





얼떨결에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스카이프 비즈니스를 사용해서 그런지 내 웹캠이 면접관 분들에게 보이지 않고, 영어로 대답하라고 질문을 하셨는데 답변도 버벅거리고 해서 솔직히 안 될줄 알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18년도 5월 졸업인데 그분들은 아마 17년도 12월 졸업인줄 알고 계셨던 것 같다. 그래서 안되겠지 하고 별 생각 없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경기도 번호로 전화가 와서 합격 소식을 알려주었다.


아무튼 이렇게 답장이 오지 않을 것 같던 ASML과의 면접도 끝나고 하반기에 넣었던 세 군데 기업에서 모두 합격을 하게 됐다. 난 솔직히 내가 이런 좋은 결과를 얻을 만큼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운이 따라줘서 다행이었던것 같다. 면접을 보며 한국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물어봤던 질문이 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한 기간이 꽤 됐는데 한국 기업에서 잘 적응할 수 있겠어요?"


내 생각에는 이 질문이 유학생들의 면접에서 당락을 가르는 가장 큰 질문인 것 같다. 유학생들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선입견은 해외 문화에 익숙해져서 국내에서 적응을 못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다. 고로 이 질문에 대답을 현명하게 하고, 다른 답변에서도 여타 다른 한국 지원자들과 (문화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군데 다 너무 좋은 기업들이고, 각각 정말 다른 직무와 매력을 가진 기업들이니 만큼 선택을 잘 해야겠다. 솔직히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제한된 정보로 향후 내 인생의 10년, 아니 그 이상을 결정지을 결정을 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 맘 같아서는 현직자 세 명을 내 앞에 앉혀놓고 사자대면을 하고싶을 지경이다. 


아무튼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다. 다음학기는 신나게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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