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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소/독서감상

죽음이란 무엇인가 - 셸리 케이건

by Lunethan 2018. 1. 29.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이랑 제목이 무척 비슷해서 무슨 시리즈 강의인줄 알았다.

알고보니 셸리 케이건이라는 분은 하버드가 아닌 예일대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강의를 하시는 철학과 교수라고 한다. 

평소에 안락사, 사형제도, 그리고 자살등 죽음에 관련된 주제에 관심이 있고, 또 이런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이 확고해서 내 생각과 어떻게 다른지 알고싶어서 읽어봤다.


우선 좋았던 점은 책에서 종교적인 권위에 의존하는 주장과 근거를 최대한 배제한 점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 자체가 신앙에 따라 매우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그 신앙과 관련이 없다면 영양가 없는 얘기라서 최대한 배제해줬으면 했다. 


책의 초반부는 '이원론'과 '물리주의'에 대해 설명해준다. 이원론(dualism)은 사람이 영혼과 육체로 구성되어있다는 이론이고, 물리주의(physicalism)는 육체가 정신의 기능까지 한다는 이론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원론은 흔히 기독교 등의 종교에서 믿는 그런 느낌이고, 물리주의는 무신론자들이 믿을법한 이론이다. 

나는 영혼이라는걸 믿지 않기 때문에 물리주의쪽을 조금 더 믿는다. 책에서 설명하기를, 물리주의가 아직까지 의식의 존재에 대해 타당한 설명을 내지 못했지만 그 점이 이원론자들의 터무맹랑한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한다. 나도 그 점에 대해 동의하며 과학계쪽에 몸을 담고있는 사람으로서 미래의 발견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셸리 케이건은 플라톤, 데카르트등의 철학자부터 프로이트와 같은 심리학자들의 이론까지 얘기하며 죽음, 영혼에 대해 설명한다. 나름 흥미로운 주제지만 솔직히 조금 지루했다. 책을 조금 더 넘겨보니 재밌어 보이는 주제가 나왔다. 


"죽음은 나쁜 것인가?" 


작가는 밑의 인용문을 들며 죽음이 과연 언제 나쁜 것인가를 물어본다.  


"그러므로 가장 끔찍한 불행인 죽음은 사실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한 죽음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죽음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우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있든 이미 죽었든 간에 죽음은 우리와 무관하다. 살아있을 때는 죽음이 없고 죽었을 때는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


에피쿠로스의 말대로 생각해보면 죽음은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 살아있을 때는 죽지 않았고, 죽었을 때는 우리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나쁜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주장에 대해서 죽음이 우리가 살아있을 때 나쁜 것이 될수 있다는 점을 들어서 반박한다. 이 듣기만 해도 애매모호한 '나쁜 것'을 3개로 세분화 한 뒤, 기회비용과 비슷한 느낌의 '나쁜 것'을 예로 들어 박탈 이론을 주장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죽음은 '삶의 모든 축복을 앗아가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몇 문장으로 설명하기에는 이해가 안 갈것 같지만, 나는 이 섹션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에 많이 공감했다. 단지 감정적인 이유로 나쁘다고 하지 않고, 이성적인 분석으로 왜 죽음이 나쁜지 분석한 점이 무척 좋았다.


이후 영생에 관해서도 얘기한다. 보편적으로 영생은 선망의 대상인데 (기독교의 사후세계를 보더라도) 저자는 이에 반박하며 영생이 좋은 것만은 될수 없다고 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자살에 관해서 다룬다. 읽기 전부터 가장 작가의 생각이 궁금한 부분이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자발적 안락사, 즉 voluntary euthanasia에 대해서 동의한다. 그리고 사회적 부작용이 일정 수준 이하로 적어질 수 있다면 합법화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명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시일 내에 합법화가 되기에는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현실성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그렇게 생각한다. 저자는 책에서 자살이 정당한지를 '합리성'과 '도덕성'의 두가지 측면에서 다룬다. 세상에는 비존재보다 나쁜 삶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 자살은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도덕성의 측면에서는 자살이 '때로는' 도덕적으로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예를들어 한 사람이 '심사숙고 했고,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충분한 정보와 조언을 얻었고,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 우리가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자살에 대한 생각과 거의 완벽히 일치해서 놀라웠다. 


책을 다 읽고나서 느낀점은, 전체적으로 흥미유발을 목적으로 쓴 책이 아니라 서론에서 설명했듯 죽음에 대한 개론서와 같은 느낌이였다.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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