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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소/독서감상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제목 어그로 갑인책

by Lunethan 2018. 3. 3.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제목을 봤을 때 무슨 이런 미친 제목이 다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좀비물인가 고어물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하는 생각속에 있었는데, 우연히 주변 지인이 이 책이 재밌다고 추천해줘서 궁금증을 안고 읽어봤다.


다행히도 제목의 너의 췌장을 먹고싶다는 말은 옛날 사람들이 자신이 아픈 부위와 똑같은 동물의 부위를 먹었다는 말을 인용한 주인공의 말이었다. 죽어가는 여자 주인공을 안타까워 하면서 하는 남자 주인공의 생각인걸 알고나니 새삼스레 극 고어물풍 제목이 다르게 들렸다. 


책 전반적으로 일본 소설 냄새가 물씬 난다. 주변에서 찾기 어려울 것 같은 안티소셜한 남자주인공부터 해서 이상하게도 그런 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 주인공까지 마치 정형화된 판타지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책 분위기상 반전이라고는 절대 없다고 분위기가 풀풀 풍겨서 결말 또한 쉽게 예측되었다. 그래도 책이 재미 없다는건 아니다. 죽어가는 사람과 그 주변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는 작품은 언제나 흥미롭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애써 밝은 분위기로 달관하려는 여자 주인공과 마치 그녀를 비웃기라도 하듯 묻지마 살인마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죽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책에서 여자 주인공이 말하듯,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노화로 수십년 뒤에 죽을 수도 있고, 그녀처럼 병으로 몇 개월 뒤에 죽을 수도 있고, 당장 내일 칼에 찔려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 


식인 고어물을 떠오르게 하는 제목을 이용한 작가의 노이즈 마케팅은 대 성공이었다. 일본 내 서점 대상에 이어 베스트 셀러에까지 오르기까지 한 이 소설은 그 명성에 걸맞게 나름대로 재미있고 적당히 생각할만한 거리를 준다. 어떻게 보면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는 영어 격언에 알맞는 책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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