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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소/독서감상

<편의점 인간> 정신이 멍해지는 책

by Lunethan 2018. 3. 9.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말하는 여자 주인공 게이코가 편의점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는다는 내용의 책이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부터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앓으며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아왔다. 그러던 와중 게이코는 대학교 시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신이 있을 공간을 깨닫고 이후 18년간 '편의점 점원' 으로서의 생활을 한다. 아르바이트 중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고 그 중 '시라하'라는 사람을 만나서 동거를 하게 된다. 시라하에 의해 결국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고 일반 회사에 면접을 보러가던 찰나, 편의점에 들른 게이코는 편의점 점원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편의점에 남게 된다.


처음 읽고나서 이 책이 도대체 왜 일본 아마존 1위를 했을까 라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정말 스토리만 보자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무미건조한 소설에 불과한데 무엇이 인기를 끌었는지 궁금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책 사이사이에 생각할 만한 거리를 던져주고 있었다. 


처음 생각나는 주제는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옳고 그름이다. 게이코의 가족은 게이코가 어릴 때 부터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그녀를 '고쳐야'된다고 생각한다. 게이코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신이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생각하며 어른이 된다. 게이코는 이후 편의점에서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며 완벽한 편의점 점원이 된다. 편의점 점원은 드나드는 손님과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으며 그저 맡은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 비록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주변에 피해를 주는것도 아닌 게이코를 '고쳐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녀는 작중에서 고치지 않으면 매우 '강제적'인 정상세계에서 이물질은 자신이 삭제되기 때문에 고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족의 입장으로서 자식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하면 좋겠지만, 선천적으로 남들과 다르게 태어난 사람에게 같은 것을 바라고 무작정 고치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폭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다른 점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다면 조치가 취해져야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치려는' 시도는 틀린 방향인 것 같다. 


사회의 규범에 어긋나는 사람을 보는 눈과 판단하는 잣대 또한 작중의 주제 중 하나인 것 같다. 작중 시라하는 자신이 사회가 정해놓은 선 이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간섭받지 않기 위해 숨어버린다. 게이코가 실수로 편의점 사람들에게 시라하와 동거한다는 사실을 얘기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다른 일을 제쳐두고 시라하에 대한 얘기만을 꺼낸다. 심지어 편의점 점장은 폐기했어야 할 이력서까지 꺼내들고 다 같이 시라하에 대한 품평회를 열기도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남 얘기하는걸 좋아한다. 신기한 점은 대부분의 남 얘기가 칭찬이 아니라 다른 얘기인 점이다. 직접적인 험담부터 시작해서 '걱정'으로 포장된 깎아내리기까지 다양하다. 왜 사람들은 다른사람들을 깎아내리는 얘기를 할까? 아마 그런 얘기를 같이 공유함으로서 은연중에 자신은 그런 부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 안심하거나 우월감을 느끼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부류의 소설은 정말 읽기 어려운 것 같다. 읽기 어렵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시 쉽게 잡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책을 읽음으로서 무엇을 바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저 머리가 복잡하고 좋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아마 다음에는 같은 작가의 책은 거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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