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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소/독서감상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by Lunethan 2016. 7. 30.

평소에 서점을 지나다 무척 많이 본 책이였는데 딱히 손에 잡히지 않는 종류의 책이였지만 어떻게 기회가 생겨서 읽게 된 책이다.

책 내용은 말 그대로 오베라는 남자에 관한 얘기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일밖에 모르던 오베가 더이상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자살을 하려고 하던 때에 옆집의 새로 이사온 이웃으로 인해서 자살을 잠시 미뤄두고 벌어지는 여러 해프닝에 관한 얘기이다. 

물론 매우 단편적으로 얘기한거고 오베의 과거; 가족과 있었던 일, 아내인 소냐와 만나게 된 일 등 오베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다.

처음 읽을때는 정말 '뭐 이런사람이 다 있어?'라고 생각을 하며 읽었지만 점점 책 뒷부분으로 갈 수록 오베에게 공감을 하고 심지어 동정심까지 느껴졌다. 

특히 처음에는 뭔가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사람이였는데 사실은 정말 누구보다도 한 사람을 사랑했던 사람이였다는게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책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소냐에 관한 부분이였다.

오베가 소냐를 만나게 된 계기, 소냐를 만나기 위해서 그 무뚝뚝한 오베가 서투르게 작업(?)을 걸었던 것, 매력적인 소냐가 자신에게 구애하는 수많은 남자중 오베를 선택한 이유, 소냐의 아버지와 오베, 그리고 소냐의 죽음과 오베의 변화. 이 소냐에 관련된 모든것들이 지금의 오베를 만들었다고 생각됐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두개를 꼽자면 첫째는 오베가 소냐의 아버지를 만나러 갔을 때이다.

여느 여자의 아버지가 그렇듯 소냐의 아버지도 딸의 남자친구를 처음 봤을때 매우 탐탁치 않아 했다. 둘이서 소파에 앉아서 아무 얘기도 없이 앉아있고 불편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그러다가 우연히 오베가 소냐 아버지의 차를 발견하고 차에대해 얘기를 하다가 마당의 차가 고장났다는걸 알게된다. 오베가 트럭을 고치기 위해 보닛 밑으로 들어가 있는 사이 소냐가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한다.

그러자 아버지가 소냐에게 오히려 요리를 해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소냐는 그것 때문에 고마운게 아니라고 한다. 

소냐의 아버지가 소냐에게 "저 친구 낚시는 하냐?" 라고 물어보자 소냐가 아마 못할거라고 한다.

그러자 "알았다. 그럼 배워야겠군." 이라고 소냐의 아버지가 말했다.

소냐는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그보다 더한 칭찬을 하는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여자의 아버지한테 인정받는걸 오베한테 감정이입하고 봐서 되게 마음이 뭉클했었던 장면이였던것 같다. 오베도 그 자리가 불편했을텐데 어떻게 이런 기회가 생겨서 인정을 받으니 나도 모르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장면은 소냐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같이 있던 고양이마저 죽었을때이다.


"지금보다 두 배 더 날 사랑해줘야 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오베는 두 번째로 -또한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했다. 그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가 지금껏 그녀를 사랑했던 것보다 더 그녀를 사랑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음에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렇게도 평생을 사랑한 여자를 잃은 오베가 자살을 결심한 것도 그럴듯 하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절실하게 사랑하는 소냐와 오베를 보며 부럽기도 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도 생각할 수 있는 책이였던 것 같다. 

누군가의 존재가 내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을 찾는다면 분명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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