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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소/독서감상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by Lunethan 2016. 7. 20.


好 (좋을 호)


소설을 읽을 때 뚜렷한 이야기나 재미 없이도 글이, 즉 문체가 마음에 들면 몇 날 며칠이고 읽어 내려갈 수 있듯, 누군가의 목소리나 말투 같은 것들이 마음에 들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유별나게 재밌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계속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비슷한 이치이다. 이미 내용과는 상관없는 단계로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목소리와 말투를 좋아하는데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확률은 그리 크지 않다.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적인 믿음과 사랑을 퍼붓고 싶은 상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나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무슨 대답을 할 수있겠어. 단지 니가 좋기 때문이라는 말 외엔 다른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는데.

 

 

 

- 본문 중에서-




책 제목을 보고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무엇인지를 마추려고 노력해 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사랑해.' 언제 누구한테 들어도 뭉클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뻔한 말일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책이 참 잘읽힌다' 였다. 평소 여러종류의 책을 읽어왔지만 첫장부터 저자와 공감이 가는 책은 몇 없었던 것 같다. 책 내용에는, 이석원씨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자극을 받으며 불편한 인간관계에 있어서 고민의 초점을 본인의 잘못에 두는 방어적 인간이라고 얘기한다. 이렇게 어찌 보면 소심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김정희라는 의사를 만나며 솔직한 마음으로 생각의 과정을 풀어나가는데 읽으며 '아 이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구나,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나도 내 자신이 어느정도 내향적이고, 쓸데없는 고민을 많이 하는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나이를 먹고 마흔 언저리가 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건지 상상해봤는데, 결론은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게 더 좋겠다 하고 느껴서 지금부터 바뀌어 갈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났을때는 이 책을 읽지 않았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지 않을까? 



「잘 가.


    언제 들어도 슬픈 말.


상대를 잡을 수 없음을 깨닫고 놓아주며 하는 이석원의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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