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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후기

by Lunethan 2016. 8. 11.

영화가 개봉한지 한참 뒤지만 얼마전에 주토피아를 보게되었다. 평소 픽사나 디즈니류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딱히 기다려서 영화관까지 가서 볼정도의 팬은 아니라서 미루다가 어째어째 보게됐다. 주토피아. 처음 이름을 들었을때는 당연히 이상향의 사회인 유토피아가 떠올랐다. 동물원과 유토피아의 합성어라.. 솔직히 무슨 의미일지는 이해가 잘 안가서 영화를 봐야 알것같았다. 그냥 겉모습만 보기에는 단순한 유아용 영화같은 느낌이랄까?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때 기대를 하고 보면 실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프로즌을 봤을때가 그랬는데, 물론 프로즌도 한창 열기가 지나고서 봤지만 왜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했는지 이해가 잘 안갔을 정도로 영화가 별로였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으니까 객관적으로는 인정을 받았지만 글쎄, 내가 봤을때 백설공주, 인어공주류 같은 공주님 콜렉션에 멤버가 한명 더 추가되는 듯한 느낌 이상은 못받은것 같다.


하지만 주토피아는 생각외로 괜찮았다. 동물이라는 소재를 잘 살려서 실제 사회의 모순되는 문제점들을 꼬집어준 느낌이였다. 애초에 유토피아라는 소재를 꺼낸 순간부터 모순점들을 보여줄거라는건 예상할만 했다. 하지만 모순점들을 우화처럼 영화에 잘 녹여서 보여준 점이 맘에들었다. 영화의 주요 대립점은 육식동물대 초식동물이다. 영화 초반부부터 주인공 토끼가 정의감으로 다른 동물들을 도와주려다가 포식자중 하나인 여우에게 당한다. 이런 대립각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극대화 되는데, 후에는 초식동물들이 육식동물의 광폭화 가능성을 꼬집으며 사회에서 배척시키려고 까지 한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는 사실 경찰청장 보좌관인 쪼끄만한 양아줌마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초식동물들의 공포심을 이용하는것이였다. 사실상 주토피아의 9할이 넘는 인구비를 차지하고 있는 초식동물들이 10퍼센트도 안되는 육식동물을 배척한다는건 어찌보면 정말 쉬운 일이다. 애초에 그 둘이 주토피아 이전에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였다는걸 생각하면 그 둘이 사회에서 공존해서 살아간다는것 자체가 유토피아라는 이상향을 증명하는것과 같다.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대립점 외에도 작은동물과 큰 동물의 대립이 보였다. 초식동물중에서 크기가 큰 코뿔소는 경찰직을 차별없이 하고있는데 반해 주인공 토끼는 들어가자마자 제대로 된 일은 주지도 않고 주차관리일만 받게된다. 그리고 표범이 토끼한테 귀엽다고 얘기할때 주인공 토끼는 토끼끼리는 서로 귀엽다고 해도 상관업지만 다른 종이 토끼한테 귀엽다고 말하는건 모욕이라고 하는점이 마치 현실세계에서 흑인들이 서로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이 다른인종이 부를때에는 욕이되는걸 비유하는것 같았다. 


그 외에 여우가 어릴때 보이스카웃에서 다른 초식동물들에게 배척당한 일과 그 일때문에 보여지는대로 사는게 맞다고 생각하게 된것들 같이 한번쯤 현실에서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던져준다는게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다. 만약 이런 영화를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제 배우들로 스토리를 풀어나갔다면 사뭇 다른 무게감을 가진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무게감때문에 영화의 스토리보다 담긴 의미에 묻혀버리는 그런 영화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동물이라는 소재로 현실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녹여냈다는 점에 점수를 후하게 주고싶다.


영화에서 보여줬듯이 주토피아라는 거창한 이상향 칭호를 달고있는 곳에도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세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닉과 홉스같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상향에 한발짝 다가가는 사회가 될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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