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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후기

by Lunethan 2016. 8. 13.

군대에서 메르스 때문에 격리 당했을때 다른 부대원이 감춰온 usb에 있어서 봤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영화관에 재개봉을 해서 다시 봤다. 처음 봤을 때 영화에서 시간을 뒤죽박죽으로 보여주면서 주인공들 간의 관계 변화를 보여줬을 때 무척 헷갈렸지만 그러면서도 재밌게 봤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시 봐도 더 이해가 잘 가고 재밌을 거 같아서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는 썸머를 욕했었다. 왜 톰이 그렇게도 좋아해 주는데 썸머는 진지한 관계가 싫다고만 말할까? 실제로는 진짜 연인들이 할 행동들을 다 하면서? 썸머의 그런 행동들을 보면서 좋은 건 모두 누리고 싶지만 연인이라는 책임감에서는 벗어나고 싶은 그런 이기적인 생각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톰이 나름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면서 썸머와 같이 연인 생활을 즐기고 나중에는 결국 그 생각이 안 맞아서 헤어진 것 까지는 뭐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톰도 어느 정도 그런 걸 알고 썸머와 같이 한 거였고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헤어진 거니까. 하지만 썸머가 톰과 헤어진 후에 우연히 동료의 결혼식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났을때 했던 행동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톰과 헤어지고 그냥 안보거나 모른척 하면 좋을텐데 결혼식까지 가서 사랑스러운 눈으로 톰을 바라보며 춤까지 같이 췄다. 거기다가 자기 파티에 초대해서 괜히 톰을 헛물먹인다. 그당시 썸머는 이미 결혼할 사람이 있는 상태였는데 그와중에 톰을 갖고놀려는건지 뭔지 파티에 초대해서 관심하나 주지도 않고 물먹인다. 


그러고서 썸머때문에 사랑에 대한 신념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톰한테 톰이 가장 좋아하는 뒷동네 벤치에 직접 찾아가서 옆자리에 앉아서 손까지 잡으면서 진짜 사랑은 있다고 말한다. 


그래 정말로 썸머가 일부러 노리고 톰한테 저런 절망을 안겨준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실치사가 살인이 아닌건 아니듯이 고의가 아니더라도 톰한테 무지막지한 상처를 내고 소금까지 손수 비벼주는 썸머의 행동은 비난할만 하다. 


위에 쓴것처럼 영화를 처음 봤을때는 톰한테 감정이입해서 썸머를 무조건 비난했다. 그냥 썸머한테 갖고놀아진 톰이 불쌍하고 나중에 어텀을 만났을때 잘 되길 빌어주는 마음 뿐이였다. 


그런데 두번째로 봤을때 다른 면들이 보였다.

썸머가 나쁜짓을 한건 맞긴 한데 그럴만한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썸머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니까 나름 색달랐다. 톰의 생각과는 다르게 썸머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톰에게는 친구사이가 되기를 말하고 확인받았다. 톰이 작업을 걸었을때도 자신은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되고싶지 않다고 말하고, 이케아에서 데이트를 할때도 진지하게 생각해서 신혼놀이를 하는게 아니라고 못박았다. 또한 나중에 헤어지고 나서 톰에게 메일 답장을 할때도 '너가 친구사이가 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길 바랄게' 라고 분명히 했다.


이쯤돼면 이걸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들이댄 톰도 조금 바보같다. 사랑에 빠지면 모두 바보가 된다지만 이렇게 보니까 썸머는 계속 선을 그었고 그 선을 계속 무리해서 넘어오려던 톰은 상처를 입은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선을 왔다갔다 거리면서 톰을 갖고 논 썸머가 잘했다는건 아니지만, 썸머에게도 나름 자기변호할 거리가 있다는거다. 


그리고 또 발견한것중 하나는 썸머가 자기가 비틀즈의 링고스타를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톰이 일방적으로 도대체 링고스타를 좋아하는사람이 어딨냐고 썸머에게 면박을준다. 그러고 나서 썸머에게 cd를 주고 썸머가 그 cd를 듣지 않았다는걸 알았을때 무척 실망했다. 애초에 톰이 썸머의 취향을 하나도 존중해주지 않았으면서 자신의 취향을 존중해주기를 바라는 그런 이기적인 모습에 썸머는 지친게 아닐까?


썸머를 사랑할때는 썸머의 사소한것부터 결점까지 모두 사랑스러웠지만 마음이 식었을때는 그 모든것까지 싫어지는 톰의 시선을 보면서 사랑은 정말 어렵다는걸 느낀다. 지금은 사랑하더라도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그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사랑하면서 걱정하는게 아닐까? 그리고 그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가 식으면 무슨수를 써도 붙잡을 수 없음을 알기에..? 


어떻게 하면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알고싶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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